[매일경제] 사업 가능성 안보이면 바로 짐싸야…예비창업자들 피말리는 `생존 전쟁`

2013/06/29

 

 

 

 

 

 

 

 

 

 

 

 

 

 

 

 

 

 

 

 

 

 

 

 

 

 

 

 

 

 

 

 

경기도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 르포

제품개발 최대 1억 지원…400여 기업 창업해 1500명 고용창출 성과

`창업하려면 일에 미쳐야지. 잠잘 거 다 자고, 만나고 싶은 사람 다 만나려면 빨리 포기하고 취업을 하는 것이 맞다.` 

 


며칠 전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찾았을 때 로비에서 맞닥뜨린 서슬퍼런 문구다. 

로비에서 만난 김광석 창업코칭팀 과장은 "항상 경계하는 것은 이곳이 `온실`이 돼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공ㆍ바이오 분야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하는 그는 "여기 `대표님`들은 졸업과 동시에 시장에서 죽느냐 사느냐를 놓고 인생을 걸어야 한다. 친목 도모가 지나치면 독기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이곳을 포함해 전국에 4곳(광주ㆍ경산ㆍ창원)이 있다. 만 39세 미만 예비창업자나 창업 후 3년 미만인 사람만 입학할 수 있다. 입학할 때 치열한 경쟁을 거치지만 입학 후에도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지난 2월 입교한 3기 300명은 6.2대1이라는 경쟁률을 거쳤다. 커리큘럼은 제품 기획에서 기술 개발, 디자인ㆍ설계, 시제품 제작, 홍보ㆍ마케팅, 양산까지 창업에 관한 A부터 Z까지다. 학생에 대한 지원은 전폭적이다. 수업료는 전액 무료이며, 제품 개발ㆍ시제품 제작에 이어 양산 단계에 이르기까지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한다. 

김 과장은 "인당 평균적으로 7000만~8000만원 정도 지원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입교생 중 예비창업자 비율은 80% 정도며 3기생 평균 연령은 31.8세다. 

초음파 체성분 진단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박보광 씨(28)는 "대학에선 딱히 기업가정신에 대해 배운 게 없는데 이곳에서 사업가로서 정신 무장을 하면서 스스로 달라진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어렵게 들어오지만 모두 창업의 결실을 맺는 건 아니다. 세 번의 중간평가를 통해 최소한 10%는 무조건 중도 탈락시키는 `드롭아웃(drop out) 제도` 때문이다. 드롭아웃은 아이러니하게 청년창업사관학교의 가장 큰 강점이자 학생을 가장 괴롭히는 저승사자다. 

평가 기준은 사업화가 얼마나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는지, 수업 이수나 일대일 코칭과 같은 사관학교에서 이뤄지는 창업활동을 얼마나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등이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는 3기 입교생의 첫 중간평가(25일)를 앞둔 때라 그야말로 폭풍전야 분위기였다. 중간평가를 앞두고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성과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휴대용 DJ기기인 PDJ를 만드는 1기 졸업생 제이디사운드의 김희찬 대표(37)는 지난 17일 북미지역 음향기기 유통회사 몬스터와 세계 배급계약을 체결했다. 몬스터의 배급라인을 통해 미주 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로 PDJ를 판매하면서 올해 1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올 2월 졸업한 2기 졸업생 중에는 USB로 충전이 가능한 소형 진동드라이버를 만드는 더하이브의 이상민 대표(28)가 돋보인다. 사관학교에 재학 중인 지난해 이미 세계 최대 공구회사 독일 보쉬와 MOU를 체결했다. 올해 연매출 목표액은 50억원. 

정진수 청년창업사관학교장은 학교의 운영 계획에 대해 "청년 창업자들이 제한된 국내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활약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나아가 "정부 지원을 넘어 엔젤투자나 벤처캐피털 같은 민간 투자시스템과 창업자들을 연계해 폭넓은 투자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3기 교육생 경쟁…하지만 진짜 적은 밖에 있죠 
 


반드시 10%를 떨어뜨려야 하는 중간평가를 앞두고 학생들 사이에 냉기가 흐르진 않을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세상을 무대로 창업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들은 서로 돈독했다. 등록금 관련 리워드 앱을 구상 중인 김나영 대표(22)는 "사업할 때 진짜 적은 어차피 밖에 있다. 학생들끼리 아웅다웅하는 건 시간낭비다. 오히려 서로 도움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가정용 다기능성 로봇을 만들려고 준비 중인 진장민 씨(35)는 "사관학교에서 제공해주는 전문가집단도 좋지만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친구들이 200명이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엔지니어로만 살았어요. 디자인이나 영업 같은 건 잘 몰랐죠. 그런데 어떤 일이든 이 쟁쟁한 `대표들` 중에 한 명은 확실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하죠." 

디자인 가구를 만들고 있는 최민수 대표(32)도 처음에는 비전문가인 여타 대표들이 자신의 제품에 대해 한마디씩 던지는 것이 썩 좋지는 않았다. "처음엔 화가 났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서 `만약 저 말을 안들었으면 시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비판을 받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처럼 예비창업자들은 서로 고객이 되곤 한다. 

[안산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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